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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좌중 쓰러진 여인(포토)

2013-12-16 기원 하 다:Kaiwind Auteur:염후인

저는 개발구 태왕(太王)진 우산(禹山)촌위원회 주임 염후인(厚仁, 50)입니다. 우리 마을에 원미화(苑美)라는 1949년 생의 신중국과 동갑인 여자가 있는데 남편 이름은 왕문귀(王文)이고 80년대에 공사현장 십장하면서 많은 공사를 하청 받아 한동안 돈을 잘 벌었습니다. 슬하 자식 넷이 자라서 시집 가고 장가 들어 모두 우산촌에 살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남달리 튼튼한 몸에 힘까지 세서 남자 못지 않던 원미화는 바람에도, 쨍쨍 내리 쬐는 햇볕에도 일년 내내 일출과 함께 경작하러 나가고 해가 저물어서야 귀가했고 피부가 해볕에 그을러 가무잡잡, 순박한 농민 본색 그대로였습니다.   

90년대 원미화 가정은 이 지역에서 명실공한 부자였습니다. 그러다 자녀들이 결혼하여 분가해 나간 후 한가해졌습니다. 세상엔 누리지 못할 복이 있어도 이겨내지 못할 고생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그 말이 원미화에게 딱 들어 맞았습니다. 바삐 보낼 때는 미처 아픈 줄도 모르고 멀쩡하던 그녀가 한가해지자 병이 달라 붙기 시작해 여기저기 온 몸 아프지 않은데가 없었습니다.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결과 고혈압에 관상 동맥 질환까지 겹쳐 어쩔 수 없이 강압약과 심장약으로 공제하며 그럭저럭 건강을 유지했습니다.   

1997년 봄, 마을에 연공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10여명의 할머니들이 마을 공터에 모여 맨 앞에 선 사람이 해설과 함께 시범 동작을 하면 뒤에 선 할머니들이 그대로 따라 같은 동작을 했는데 원미화도 그들 속에 끼어있었고 마치 밥벌이라도 하는 것처럼 연공에 열성을 올렸습니다. 비록 깨달음이 남달리 더뎌 빨리 배우지 못하고 동작도 기준에 미달했지만 보도원 선생이 손에 손 잡고 가르치고 동작을 교정해주는데다 법륜공의 5세트 동작이 워낙 복잡하지 않아 꾸준히 공 들인 덕에 시간이 오래되면서 자연히 숙달되었습니다.   

1년이 지나서 저는 원미화 등이 퍼뜨리는 연공하면 병을 치료할 수 있어 약도 주사도 필요없으며 천목(天目)을 열 수 있고”, /‘성선성불(成仙成佛)/’할 수 있다는 따위 얼 빠진 소리를 들었고 법륜공이 이상하고 너무 과장한다고 느꼈습니다. 세상에 어디 연공만 하고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이 있습니까? 그리고 천목을 연다는 것은 전혀 의학 상식에 어긋나는 극히 황당하고 가소로운 말이며 소위 /‘성선성불/’은 더더욱 말도 안 되는 헛소리였으니, 사람이 죽으면 등잔불이 꺼지듯 없어지기 마련인데 뭐가 되어 남는단 말입니까? 법륜공이란 공법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며 허무한 과장에 불순한 동기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원미화는 저의 마누라한테도 같이 연공하자고 권했는데 저는 마누라에게 그런 걸 믿고 따라 미쳐 날뛰지 말아, 시간 있으면 산책이나 하는 게 훨씬 더 좋아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얼마 후인 1999 7, 예측대로 정부에서 법에 의거하여 법륜공을 금지시켰습니다. 촌 위원회의 노력으로 대부분 사람들은 더는 연공을 하지 않았지만 유독 원미화만이 권유를 거절하면서 제 딴에 큰 도리라도 있는 듯 연공하여 병을 고치는데 무슨 상관이냐 대들면서 아무리 좋은 말로 권해도 듣지 않았습니다. 후에 설득하려고 그녀의 집을 찾아가면 제일 보기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면서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했습니다. 낮에 집에서 연공하고 가부좌하고 책을 보고 필기하느라 여간 바쁜 사람이 아니라고 그의 남편이 말했습니다. 그녀는 밤에도 쉬지 않고 도적마냥 어두컴컴한 골목을 누비며 손자의 크레용으로 곳곳에 그리고 쓰고 낙서하면서 홍법한다”, “진상을 알린다”, “세상을 설득하는 금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녀의 행동에 질린 마을 사람들은 뭐라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연공을 시작해서부터 약을 복용하지 않아 2009 이후로는 두통, 현기증, 구역질, 실면, 심계항진 증상이 나타났고 어떤 때는 심한 구토가 동반되기도 하면서 건장하고 활기차던 그녀가 기운이 떨어지고 풀이 죽어 판이한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2011 11, 길에서 우연히 원미화의 큰 아들을 만나 어머니 상황을 물었더니 요즈음 건강이 말이 아니고 현기증에 걸린 사람같이 걸핏하면 넘어져 검진을 받으려 병원에 모시려 해도 기를 쓰고 거부한다고 불평을 털어놓았습니다. 연공이 치료인데 팔아 하냐, 10 년간 약을 먹지 않아도 멀쩡하지 않냐? /‘스승님/’ 천생으로 살아있는 부처 같은 사람이라 공덕이 한량 없고 공력이 무진장하여 언제 어디서나 /‘대법/’제자들을 위해 /‘소업/’해주고 병을 치료해 주며 /‘스승님/’ /‘법신/’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며 자신를 보호해주므로 연공하는 사람은 병이 생기지 않는다를 고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완전히 얼토당토 않는 궤변이라며 듣기만 해도 화가 난다고 아들이 토로했습니다.   

2012년 봄, 4월 하순, 촌 위원회에서 경작준비 회의를 열고 있는데 갑자기 원미화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왔습니다. 추후에야 사망 경과를 들었는데 그날 조식 후 원미화는 자기 방에서 연공을 시작했고 오전 10시께 가족들이 일을 마치고 물 마시러 집에 들어왔다가 온돌에 쓰러져 있는 그녀를 발견했답니다. 두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숨 가쁘게 몰아쉬는데 땀에 흠뻑 젖어있었고 얼굴이 하얗게 찔리고 온 몸이 싸늘했으며 그러면서도 두 다리는 여전히 가부좌 자세 그대로였답니다. 가족들이 급기야 그녀를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했지만 때는 이미 늦어 고혈압으로 인한 심근 경색으로 사망/…/…   

실은 전에 원미화는 아주 건강한 편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고혈압과 관상 동맥 질환이 생기는 건 크게 놀랄 일도 아닙니다. 고혈압과 관상 동맥 질환은 노년기에 흔히 생기는 다발성 질환으로서 나이가 들면서 발작 여부는 조만간 시간 문제일 따름이라고 의사들이 말합니다. 이 병이 무섭다면 무서운 병으로 고혈압은 심혈관 질환을 유발시키는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치명적일 수 있으며 심근 경색과 뇌출혈은 통상적으로 응급치료로 살려내기 어렵답니다. 한편 무섭지 않다면 무섭지 않는 병으로 제때에 약을 복용하고 정기적으로 재 검진을 받아 혈압을 공제하면서 심혈관 기능을 개선하고 심장비대를 역전시킨다면 심근 경색과 뇌출혈의 발병율을 대폭 감소할 수 있어 종양과는 다르답니다. 종양은 발견됐다 하면 많은 경우 치료 포기, 치료를 받더라도 전경이 좋지 않습니다. 저의 장인 어른이 올해 80여세인데 50여세 때 벌써 고혈압에 관상 동맥 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지금까지30년이 되도록 약으로 공제해 아주 좋은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가장 유력한 사례입니다. 하지만 약으로 공제하지 않고 단순히 연공으로 고혈압과 관상 동맥 질환을 해소한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며 어처구니 없는 망발입니다. 

 

원미화 생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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