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광서 동흥의 경족 여성들이 전통명절 하절(哈节)을 맞아 전통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무병장수의 꿈은 인류의 끝없는 염원이다. 이는 건강한 육체와 영혼이 우리의 생활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상이한 풍토와 인정(人情)이 다양한 건강과 장수를 결정짓는다. 우리는 중국에서 대표적인 장수마을로 꼽히는 광서 동흥시(广西东兴市)를 방문해 장수 비법을 알아보았다.
중국의 최남단에 위치한 "국경의 명주도시"로 불리는 광서성 동흥시는 베트남의 접경 지역으로서 중국과 동남아의 해륙을 잇는 유일한 국가급 항구도시이며 동남아로 이어지는 최단거리 육로이자 해상통로이다. 동흥시의 인구는 약 12만 명으로 한족(汉族), 장족(壮族), 경족(京族), 요족(瑶族) 등 여러 소수민족이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고 있다. 동흥은 중국 경족(京族)의 유일한 집거지이기도 하다. 이곳은 장수하는 노인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100세 이상의 노인은 13명으로 약 10만명당 10.42명 정도이고 80세 이상의 노인은 2605명으로 전체 인구의 2.09%를 차지하고 있다. 예상되는 평균 수명은 77.2세이다. 동흥시는 중국 노인학회에서 선정한 세 가지 장수심사기준을 통과했고 자연생태환경, 의료위생조건, 경제발전, 사회보장, 사회지원 등 면에서도 "중국장수마을"의 심사기준을 통과해 2010년 10월, 정식으로 "중국장수마을"의 칭호를 받았다.
동흥시 인대상임위원회의 당서기인 장암(蒋岩)은 동흥시가 장수마을로 선정된데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동흥시의 장수마을 선정은 여러 가지 지수를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동흥의 눈부신 경제발전을 들 수 있습니다. 현재 동흥의 모든 경제지수는 광서성의 다른 지역을 앞서고 있습니다. 백성들의 행복지수도 따라 높아졌습니다. 동흥시는 주거에 매우 적합한 기후와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년 평균 기온은 21-23도이며 일조량이 뛰어나고 강우량이 적절해 훌륭한 거주환경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또 동흥시 사회보장제도는 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탄탄하게 확립되었습니다. 동흥의 노인들은 늘 즐거운 심정을 유지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연에 순응하고 어울리며 산노래를 부르고 오락을 즐깁니다. 우리 동흥은 그야말로 모든 장수 요소들을 담고 있는 고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진설명: 동흥 특산인 고구마를 팔고 있는 한 여인의 모습)
동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습윤한 공기가 얼굴을 감싸 안았다. 맑고 깨끗한 공기 때문인지 시야가 시원하게 트이는 것도 경험할 수 있었다. 이곳의 삼림 숲조성률은 53.9%에 달하여 천연 산소 저장고로 불리고 있다. 사람들은 동흥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종종 이렇게 표현한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푸른 산 초록빛 물결이로다." 풍요로운 장수 마을/—동흥, 이곳에는 과연 어떤 양생비법이 숨어있는걸까.
고구마는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기혈을 보하며 장운동을 활발히 한다. 또한 인체에 필요한 칼슘, 인, 철, 마그네슘과 같은 각종 영양물질과 비타민 C, B1, E 등이 내포되어 대표적인 건강식품으로 꼽힌다. 이곳 동흥에는 고구마가 많이 생산되고 있다. 고구마에 "수줍은 아가씨"라는 귀여운 애칭을 붙여 부를 정도로 동흥인들의 고구마 사랑은 대단하다.
동흥시 인민병원 오지강(伍志强) 원장은 동흥인들의 식단의 특징을 우리에게 소개해주었다. "이곳은 바다와 가까워 해산물이 많이 납니다. 주민들은 해산물과 이 지역에서 나는 특산물을 주로 먹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만위(万尾) 지역에서 재배하는 고구마입니다. 토양이 모래로 되어 있어 재배되는 고구마의 품질이 매우 뛰어납니다. 그 외에도 잡곡, 좁쌀과 입쌀 등을 주로 먹습니다."
(사진설명: 향신료 팔각을 말리고 있는 동흥의 한 농가의 모습)
아열대기후에 속하는 동흥에는 독특한 향을 내는 향신료들이 많다. 이곳에서 우리는 특별한 음식재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밥상 한가득 요리가 올라올 때마다 갖가지 향신료들의 진한 향이 우리의 코를 강하게 자극했다. 자극적인 맛보다는 담백한 음식이 몸에 좋다고 알고 있었는데 장수마을에서는 거의 모든 요리에 향신료를 사용하고 있었다. 어찌 된 일인지 궁금하여 오지강 원장에서 물었다. "향신료가 자극적이어서 몸에 유해하지 않습니까?" "동흥에는 계피나 팔각과 같은 향신료가 많이 생산됩니다. 가까운 베트남의 영향을 받아 여기 주민들도 바질이나 박하잎을 생으로 먹습니다. 이런 향신료들은 식욕을 자극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적당량을 먹게 되면 원기회복에 도움됩니다."
(사진설명: 손자가 군입대 하던 날, 유경명노인 부부)
좀 더 많은 장수비법을 찾고자 우리는 직접 백세 노인의 가정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유경명(刘景明) 노인의 가정이었다. "무를 뽑자 무를 뽑자 헤이야 헤이야 무를 뽑자, 친구들아 빨리 와 나를 도와줘/…." 20개월 된 아이가 동요를 부르며 뛰놀고 있었다. 아이의 이름은 류정화(刘正华), 이 꼬마는 올해로 100세를 맞은 유경명 할아버지의 증손자로서 4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 구성원 중 나이가 가장 어리다. 꼬마 정화의 재롱에 집안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꼬마는 매일같이 이렇게 증조할아버지의 옆에서 재롱을 부리며 할아버지의 친구가 되어준다고 했다.
기자: "어르신, 현재 생활은 어떠신지요?"
할아버지: "매우 좋습니다. 잘 먹고 잠도 잘 잡니다."
기자: "식사는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할아버지: "밥을 좋아합니다. 한 끼에 밥 두 공기는 문제없습니다. 돼지고기 두 덩이도 먹는걸요."
기자:"고기를 즐겨드시나봅니다. 고기 외에도 자주 드시는 음식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할아버지: "비계가 든 고기를 좋아해요. 살코기는 별로예요."
기자: "그럼 살코기는 누가 먹나요? 할머니가 드시나요?"
할아버지: "그렇습니다. "
이어지는 할아버지의 답변에 다시 한번 폭소가 터져 나왔다.
기자: "그럼 평소에 고기에 곁들여 즐겨 드시는 채소가 있습니까?"
할아버지: "푸른 채소나 생선, 파인애플을 주로 먹습니다."
젊은 시절 유경명 할아버지는 전쟁터로 나가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여러 사정으로 결국 그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할아버지는 네 명의 자녀를 군인으로 키웠다. 할아버지는 기상시간과 식사시간을 정확히 지키고 자신을 엄하게 요구하면서 평생 군인같은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꿈을 실천해가고 있었다.
(사진설명: 동흥의 유명한 완걸종 장수부부가 다정한 한 때를 보내고 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경족(京族) 완걸종(阮杰忠)노인의 가정이었다. "공산당의 영도하에 생활이 꽃피었네/…" 화려한 경족복장을 한 완걸종 할아버지가 구성진 노랫소리로 기자단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원걸종 노인은 올해로 103세를 맞는다. 부인인 오수연(吴秀莲)는 99세로 이 노부부는 마을에서도 유명한 장수부부이다. 정부에서는 해마다 노인복지정책에 따라 이들 부부에게 생활보조를 해주어 입을 걱정, 먹을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가두계획출산부 주임인 진건양(陈建良) 여사의 말에 따르면 동흥시 민정부문에서는 기본적인 생활보조금 외에도 생일이나 큰 명절때마다 노인가정을 방문하여 관심과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명절이 돌아오면 민정 부문에서 90세 이상 노인들에 500위안씩 드리고 있습니다. 마을위원회에서도 300위안씩, 또 마음씨 착한 마을 사업가 이사장도 노인들에게 500위안씩 드리고 있습니다. 추석이면 월병을 드리고 부족한 생필품도 함께 준비합니다."
완걸종 할아버지는 낚시로 생계를 유지해온 어부이다. 노부부는 아침에는 죽을 먹고, 저녁에는 밥을 먹으며 담백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특히 해산물을 즐겨 먹는데 생선이나 새우는 끼니마다 빠지지 않고 밥상에 오른다고 한다. 동흥시의 연해 부북지역은 수질이 좋아 물고기나 새우, 어패류의 생산량이 매우 풍부하다. 해산물은 영양가가 높고 칼슘 철, 신 등 미량원소가 많이 들어 있어 해산물을 즐겨 먹는 것이 바로 동흥 주민들이 무병장수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탐방을 마치면서 동흥 장수 노인의 양생비법을 정리해보았다. 첫 번째는 깨끗하고 살기 좋은 자연환경, 두 번째는 잘 갖춰진 사회복지시스템, 세 번째는 어른을 공경하는 우수한 전통, 네 번째는 풍부한 물질자원이다.
(사진설명: 바닷물을 흡입하며 자생하는 동흥의 맹그로브)
중국 노년학 학회 연구원이자 고급 통계사인 소진우(萧振禹)씨는 동흥의 장수비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첫째는 사람과 환경의 화합입니다. 현재 동흥시는 몇 년 사이의 빠른 경제발전 속에서도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맹그로브(红树木:바닷가에서 바닷물을 흡입하며 자생하여 나무속이 붉은 것이 특징) 등 자연생태계를 그대로 보전하고 있습니다. 12만 인구의 도시의 다민족 집거지에서 사람들은 화합하고 공존하면서 살아가고 있고 줄곧 상거래의 교두보 역할을 해온 지역으로서 오랜 기간 상거래를 통해 서로 간에 두터운 신용을 쌓았습니다. 사람들의 규칙적인 식생활습관과 늘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며 욕심을 부리지 않고 행복지수가 높은 것도 장수 비법 중 하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가 '장수마을 캠페인'을 시작한 이래 각 지방에서도 노인들을 위한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설명: 동흥시 인대상임위원회의 장암당서기가 백세 노인의 생일잔치에 참석하여 축하해주고 있다.)
동흥시 시장인 황세방(黄世芳) 여사는 "올해 중양절(重阳节:음력 9월 9일, 중국 전통 명절의 하나)을 전후하여 동흥에서는 제2차 장수문화절을 개최했고 장수마을의 명예를 이어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양로, 경로 활동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토론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이에 따른 새로운 관련 정책을 계속하여 출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황시장은 또 "노인을 존중하고 효도하는 것은 우리 중화민족의 5천년 전통미덕으로서 이 문화를 키우는 것이 가장 우선된 목표이며 그 외의 것은 부차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장수문화는 인지도를 높이는 등 장수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궁극적으로 이 전통문화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에는 사람들에게 알려진 많은 장수마을이 있다. 다른 나라, 다른 지역, 다른 민족 그리고 장수의 원인도 제각기일 것이다. 그러나 장수노인들의 공통된 점은 바로 항상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조사결과를 보면 동흥의 80% 이상의 80세 이상 노인들이 자신의 생활에 만족감과 행복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무병장수의 해답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